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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한 쪽도 나누어 먹읍시다.
김형태 박사(전 한남대학교 총장)
 
편집부   기사입력  2020/11/23 [19:19]
▲ 김형태 박사(전 한남대학교 총장)     ©편집국

서울역(노숙자 봉사)을 다녀와서 이주연 목사가 보고한 글이다.

 

주일 오후 1시, 오늘은 “콩 한 쪽도 나누어 먹자”(서울역 만나 나눔) 행사를 가졌습니다. 우리는 서울역에(to) 나오지 않고 서울역에서(from) 나오도록 하는 일을 하지만 오늘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코로나 19가 확산되자 서울역에 돕는 이들이나, 단체가 줄어들고 있기에 지난 부활절 이후부터 나가게 되었습니다. 떡, 바나나, 두유, 마스크 3개를 한 세트로 조촐하지만, 충분히 점심을 대신할 수 있도록 160명분을 준비합니다. 도착하여 음식을 나누기 전에 먼저 기도한 후 바로 마스크를 안 쓴 분들부터 마스크를 별도로 드리고 1m 이상 거리를 두도록 합니다. 손 세정제도 필요시 사용케 합니다. 몇몇 노숙 형제들은 스스로 나서서 거리를 두자고 합니다. 장애인들은 열외로 앞줄에 서도록 서로 양보합니다. 그러나 두 번씩 받으려 하거나 마스크를 더 달라는 분들도 있습니다. 보는 앞에서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가 더 달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이나 형편을 보아 개인적으로 몇몇 분들에게는 선물을 합니다.

 

오늘은 000형제가 뜻밖의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산마루 노숙인 대학 출신이고, 작년까지만 해도 때때로 양복을 입고 교회에 나오던 노숙인 찬양대 베이스 멤버였습니다. 그러나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지 못하니 완전히 알코올 중독에, 거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거룩한 날을 지키고, 예배를 드리는 것이 얼마나 큰 은혜의 버팀목인지 저도 격하게 실감합니다. 000형제는 교회에 오면 이따금씩 내방에 들러 그 좋은 저음 베이스로 “목사님, 고민이 많습니다…” 그 뒷이야기를 기다리면 말을 잇지 못하고.. 손을 잡으며 “목사님, 제가 다시 올게요!” 하며 떠나곤 하던 몇 살 아래 노숙인 형제입니다.

 

오늘은 제게 와서 인사를 하기에 “이게 무슨 꼴이냐” 했더니 가슴에 안겨서 우는 것입니다. 기도해 달라고도 하고, 서서 기도한 후 헤어지질 못해 펜스에 기댄 채 땅바닥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했습니다. 술에 취해 이야기가 제대로 통하지 않지만 자기 이름과 제 이름을 번갈아 부르는게 무엇을 나누고 싶은지 이해는 갔습니다. 하지만 피차 이 고해의 인생,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느끼며 체념을 할 수는 없어 기도하며 헤어졌습니다. 기도하니 울면서 ‘이 죄인을 용서해 달라’고 하더군요. 인간은 참으로 연약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거룩한 갈망을 잠재울 수 없는 영혼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온전하지 못할지라도 주안에서 거룩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때엔 어려운 이들로부터 더 어려워지고 더 망가집니다. 참으로 가슴 아픈 날입니다.”

 

신앙생활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로 실천하는 것이다. 흔히 ‘言行一致’나 ‘信行一致’란 말로 표현하고 있다. 기독교, 불교, 유교가 공통으로 강조하는 황금율이 바로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라”(마 7:12)는 말이다.

 

신약성경에서 가장 중요한 비유 중 하나가 “선한 사마리아인의 자비”(눅 10:25-37)이다. 강도 만나 거의 죽게 된 자에게 응급처치와 여관에로의 장소 옮김과 필요한 추후 경비까지 도와주는 완전봉사의 모범을 보여준 것이다. 언제나 사회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돈과 음식을 줄 수도 있고, 위로와 마음을 줄 수도 있고, 경청과 눈물을 줄 수도 있다. 꾸러 온 자에게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아야 한다. 이웃이 헐벗고 먹을 양식이 없는데 “평안히 가라. 덥게 하라. 배부르게 하라”고 말만 하고 실제 쓸 것을 주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약 2:14-18)는 야고보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예수님은 이웃 사람과 상호 부조(환난상휼)를 매우 구체적으로 가르쳐주고 있다. ①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고 ②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고 ③나그네 되었을 때에 따뜻하게 맞이하고 ④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고 ⑤병들었을 때에 돌보아주고 ⑥감옥에 갇혔을 때에 찾아보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항목들이다. 신앙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이론이 아니라 실천이다. 성경에 ‘믿으라’는 말은 272번, ‘사랑하라’는 말은 714번, ‘주라’는 말은 2162번 나온다. “선을 좋아하되 행치 아니하고(善善而不能用) 악을 미워하되 피하지 않음(惡惡而不能去)은 소용없는 일이다.” “Vox Populi, Vox Dei”(the voice of the people is the voice of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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